한번은 밤길을 걷다가 더럽고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고 구걸하는 모자를 본 적이 있다. 모자의 모습이 내 망막에 비친 순간 그 가여운 이미지가 그대로 판화처럼 박혔다. 내색은 안 했지만 속에서 뭔가 쨍그랑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가난이라는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적당한 건강함을 유지시켜 주는 장치는 아닐까.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이들의 모습은 대부분 남루하고 허름했다. 아니,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 그랬다. 나는 비싼 옷을 입혀 주고, 해외유학을 보내주는 것보다 다정스럽게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게 더 큰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부정과 모정. 아무래도 난 그런 것들에 약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