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혹은 낙엽에 관하여

일상 | 2008/11/19 00:47 | 착한영

 블로그라는 것이 몇년 동안을 잘 꾸며왔더라도 한 순간에 '폐쇄 버튼'을 누름으로써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다. 한 묶음의 비밀 일기장을 아무런 미련없이 활활 타오르는 불에 집어던질 수 있는 것처럼. 사람에겐 그만큼 모질고 쿨한 면이 있다.


 오늘 새벽 출근 길에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했더랬다. 세상의 모든 낙엽들이 밤사이 우리 동네로 쏟아진 것처럼 도로, 인도 할 것 없이 온통 노란 카펫이 깔려있었다. 낙엽이 깊은 곳은 정말 발목까지 빠지는 깊이였다. 고개를 올려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니 앙상하고 마른 가지들만 눈에 들어왔다. 가지들 때문에 더욱 춥게 느껴졌다. 

 나무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문득 하룻밤 사이에 아무런 미련 없이 모든 이파리들을 떨궈버린 나무들의 기분이 궁금해졌다. 따뜻한 봄에 살을 간지럼태우며  돋아나던 연록색의 기억과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푸르게 푸르게 짙어져 갔던 파란 이파리들을 그리워 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주 홀가분한 기분이 되어있을까. 만약 홀가분한 기분이라면 나무는 무척 쿨한 존재다.  

 그 궁금증은 환경미화원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는지 쓸어도 쓸어도  없는 질문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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