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물주전자의 물을 머그컵에 따를 때 주전자에서는 기차소리가 들린다. 오랜 운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차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면서 쉬익- 하는 흰 김을 내품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다. 나는 그 물주전자의 물로
헤이즐럿 커피를 타마신다. 내가 마시는 커피에서 옛날 디젤 기관차의 맛이 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차소리의 여운은 남는다. 그러니까 나는 커피를 마실 때 기차소리까지 마시는 것이다.
사실 내가 쓰는 물주전자는 한 사람 분의 커핏물을 끓이기에는 너무 크다. 또 모양이나 색감이 예쁜 것도 아니고 군데군데 많이 낡아있다. 하지만 난 당분간 주전자를 새로 살 계획이 없다. 지금의 기차 화통 소리를 내는 주전자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