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나들이

일상 | 2009/06/30 17:56 | 착한영

 

 아마 고산자교 근처일 것이다.(가까운 곳에 용두역과 홈플러스가 있음) 2년전 신설동에 살 때는 산책 겸 정말 자주 왔었던 곳이다. 여기 농구장에서 농구도 했었는데 그때는 맨땅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진짜 청계천을 보고 싶다면 이 부근을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로 쪽은 시멘트 느낌이 너무 강하다.  

 

 

태그 : 청계천

화이트 데이 (2)

블릿 | 2009/06/29 20:23 | 착한영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내 몸이 물속 깊이 잠겨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점점 깊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었다. 입은 무의식적으로 벌리고 있었는데, 그 벌어진 틈으로 계속해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다. 아주 더운 여름밤 목이 말라 잠에서 깨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벌컥 벌컥 들이 마시듯이 바닷물은 계속해서 내 입안으로 흘러들어 왔던 것이다.

 이러다가 뱃속이 온통 바닷물로 가득 차 버리는 아닐까 나는 더럭 겁이 났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어쩐 일인지 내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명이 없는 사물인 양 흐느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다시 온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내 명령을 거부했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처럼.

 혹시... 내 몸에서 내가 분리된 건 아닐까? 아니, 적어도 분리되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은 예전에 내가 읽었던 소설의 한 장면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자(死者)가 죽음의 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을 그린 그 소설에 의하면 지금 나는 '분리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분리고통은 몸에서 의식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공포를 말한다. 몸은 필사적으로 의식을 밀어내려 하고, 의식은 온 에너지를 쏟아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는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만약 구십 살을 산 사람이 있다면 이 순간 그가 느끼게 될 고통은 그의 구십 평생에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작가는 그 고통을 우주의 어떤 것에 비유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비유했던 말의 느낌은 기억하고 있다. 바로 지금 내가 느끼는 거대한 이것.

 

 아쉽게도 나는 그 책의 결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이었지만 내 부주의로 인해 책을 압수당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친구에게서 빌린 책이었기에 그때 난 참 난감했었다.

 나는 아버지가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소설에 집중하고 있었다. 창문은 살짝 열어놓았는데, 그 틈으로 커튼을 슬며시 밀며 수줍게 바람이 들어왔다. 이따금 들리는 고양이의 나른한 울음소리, 이웃집의 스프링 쿨러가 돌아가는 소리... 휴일 오후의 이런 평화로운 소리들은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켜 놓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사자(死者)가 막 죽음의 세계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내 눈 앞에 나타나셨다. 그때 내 앞에 우뚝 서있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굉장히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목회자인 아버지가 주인공이 죽음의 세계 문턱에 다다랐을 때 나타나시다니. 평소에도 아버지를 굉장히 낯설게 느꼈지만 그때 만큼은 아니었다.

 

 "채 책을 보고 있었어요."

 

 나는 두려운 초식동물의 눈을 하고서 우뚝 서있는 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그때 내가 아버지를 왜 그렇게 두려워 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아버지는 캐나다 한인사회에서도 굉장히 인정받는 인자한 목회자였다. 집안 곳곳에서는 아버지가 교회 아이들과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아이들에겐 굉장히 다정한 목사님이셨고, 나와 같은 학생회 친구들에겐 교우들의 문제를 스스럼 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개방된 분이셨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게는 아버지가 늘 두려운 존재였고, 세상에서 가장 대하기 힘든 대상이었다. 남들에게 눈치채지 않게 지능적으로 나를 골탕먹이던 형보다도 더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래, 책도 좋지만 휴일인데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겠니?"

 

 아버지는 애써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버지 자신은 속으로 그런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이만큼 내 아들에게 다정하다'라고 자위하셨을 테니까.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아들인데도 말이다. 평소에도 아버지는 남들의 그런 칭찬을 은근히 즐기시는 편이었다.

  "목사님, 정말 대단하세요. 아들을 저렇게 훌륭하게 키우고 계시다니...", "아닙니다. 모두가 주님의 자녀인걸요.", "한국에 있었다면 조슈아는 그저 그런 고아로밖에 자라지 못했을 거예요.", "과찬이세요. 늘 사랑을 더 주어야겠다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나는 가끔 아버지와 교회 장로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얘기들이 오가는 걸 엿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들은 내가 이런 대화를 듣고 있었다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교회의 첨탑 아래에 있는 작은 공간이 나만의 아지트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책은...?"

 

 아버지는 여전히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얇은 웃음의 장막을 거두면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굶주린 늑대가 충혈된 눈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을 것 같은 무서운 웃음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가장 무서운 표정이 바로 이 표정이었다.

 

 "그게...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 달달 떨기만 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윽고 아버지는 책에 낙인을 찍으셨다.

 

 "사탄을 부르는 책이로구나. "

 

 아버지는 책을 든채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나와 아버지와의 거리가 더욱 더 멀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거리는 이제 너무 멀어 좀처럼 줄어들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방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 안도했다. 친구에게 빌린 책을 뺏긴 건 정말 난감했지만.

 

계속...

 

화이트 데이 (1)

지식인에 굴욕당한 사건

일상 | 2009/06/29 02:00 | 착한영

'다음'에도 지식인 서비스가 있는데, 여러 카테고리 중 '어린이 지식'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4학년입니다. 외떡잎 식물과 쌍떡잎 식물을 알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이 올라오면 "6학년입니다. 외떡잎 식물은... 쌍떡잎 식물은...어쩌구...저쩌구..." 답변을 해준다.

 

 이용자가 대부분 초등학생들이라 그런지 숙제에 관한 질문이 태반이다. 가끔은 재밌는 질문도 올라오곤 하는데 몇 번 답변을 달아준 적도 있다. 진지하게 답변을 달아준 적도 있지만 열의 한 번 꼴로는 장난으로 답변을 달아주기도 한다. 다른 의도는 없고 순전히 답변을 보고 웃으라는 의도에서다.

 

 그런데 어제는 장난으로 답변을 달아준 것 때문에 굴욕적인 경험을 당했다. 내 답변이 삭제된 것이다. 이 소식이 한메일을 통해 도착했다. 하룻 동안 3회 이상 질문이 삭제되면 일주일 동안 활동이 금지란다. ㅋ

 

 나는 진지하고 심각한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유머가 있고 여유로운 것을 좋아한다.

 지식인이라는 서비스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해 주는 서비스다. 분명 질문에 대해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변을 해줘야 제대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어느 정도 유머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황당한 질문도 많이 올라온다. 한편으론 지식인도 일종의 놀이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식을 묻고 답하는 놀이터. 그리고 세상에 정확한 지식이란 게 있는 걸까? 불변의 진리도 없듯이.

 

 아무튼 앞으로 어린이 지식에 답변을 달 때 조심해야 겠다. 순진무구한 초등학생이 나 때문에 열받으면 안 되니까. ㅋㅋ

 

 

 

태그 : 굴욕,지식인

네다 아그하 솔타니

일상 | 2009/06/23 17:53 | 착한영

 오늘 본 장면중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네다 아그하 솔타니의 죽어가는 장면이었다. 네다의 소식은 뉴스를 통해 어제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영상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마법의 힘에 이끌리듯 유튜브를 클릭하게 되었다.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작용했나 보다.)

 

 엄청난 충격을 예고하듯 유튜브는 로그인과 생년월일 인증을 요구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하는 생각과 함께 심장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영상이 재생되자 또 다시 영문으로 경고문구가 떴다. 그리고 마침내 한 소녀가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누워있는 곳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그녀를 살려내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 있었다. 네다는 경련하듯 흰자위를 보이더니 곧바로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몸은 격렬하게 떨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안타까움과 분노의 탄성을 내질렀다. 엄청난 피가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내 심장의 피가 역류할 준비를 하는 사이 짧은 영상은 거기서 끝이 났다.

 

 참으로 농담 같은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태그 : 네다,이란

이민정의 입대축하 CF

몽상 | 2009/06/20 21:46 | 착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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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CF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한 남학생에게 과친구들이 모여 케익에 촛불까지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군대가면 '개고생'이라는데 "어떻게 위로는 해줄 망정 축하를 해주냐"는 것이 비난의 주된 이유다.  

 

 나도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다른 네티즌들과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군대는 인생 중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즉각적이고도 단편적인 생각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분명 다른 의도로도 광고가 해석된다.

 

 이 15초 짜리 광고는 여러 가지 사건의 전후관계와 인간관계의 암시를 보여준다.

 우선 이 광고에서 입영통지서를 받은 남학생과 극중 이민정은 연인사이가 아니라고 생각된다.(연인이라면 저렇게 축하해 줄 없다.) 오히려 남학생의 옆에 앉아있는 안경 낀 여학생이 연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 여학생의 표정을 보면 근심이 가득하다. 아마 남학생을 좋아하지만 아직 고백은 못 했고 입대하기 직전 힘들게 고백할 것 같다. (그 고백을 남학생이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받아준다면 면회를 자주 것 같고, 제대까지 기다려 줄 것 같다.)

 

 광고에서 이민정이 과대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 축하파티를 주선했을 것 같다. 친구들을 모아놓고 남학생의 입영통지서 수령을 축하할지 위로할지 함께 모여 고민했을 것이다. 다른 예비역 선배들에게 자문도 구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저 축하파티다.

 

 군대에는 온갖 부류의 젊은 남자들이 온다. 건달, 모범생, 날나리, 공대생, 마마보이 모두가 군대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온다. 방식도 가지가지다. 건달의 경우 훈련소 앞에서 건달친구들은 어깨를 팍 치면서 말한다. "X뺑이 쳐바라." 그리고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는다.  

 모범생 어머니는 훈련소 입구부터 눈물을 훔친다. 애인과 같이 온 남자는 오히려 펑펑 우는 애인을 위로하느라 애쓴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 말할 순 없다. 군대를 제대한지도 한참이 지난 내가 생각할 땐 서로 웃으면서 떠나고 보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마지막 모습이 우는 모습이라면 그 모습이 가슴 아파 군생활하기 힘들다.

 

 광고 속의 이민정과 친구들은 파티때 그랬던 것처럼 케익을 사들고 가끔 남학생에게 면회를 갈 것이다.(마지막 장면은 면회를 가기 위해 케익을 사는 모습이 아닐까?)  부대에서 만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울면서 떠나보냈지만 바로 두 달 후 고무신 거꾸로 신어버리는 애인보다는 더욱 진심이지 않을까. 진심이란 게 꼭 심각한 얼굴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태그 : CF,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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